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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전한 시간

by 김고미🐻 2018. 8. 18.

철물점에 갔다가 너트 대신 무화과빵을 사서 돌아오던 밤
이레 후 뜬 달의 부리는 짧았고 집으로 올라가야만 하는 길
나무들이 색을 지키고 섰다 

무심코 알고 있다고 말할 때 몸피의 옅은 테두리가 보인다
별들은 모두 가질 수 있었지만 모든 것이 될 수는 없었다
팽창하는 법칙들
물병이나 사자일수도
천칭이거나 쌍둥이일수도 있었지만
실은 파편도 조각도 아닌 거라고
다만 피부일 거라고 평범하게 벌벌 떨며 그리는 거라고 

달빛은 언제나 발바닥을 넘어가고
빛을 한 바닥 밟고 진흙 같은 춤을 춘다
어둠 속 갈매기는 날개를 가지고 항해하는 새
딱 한 번의 기지개로 우주는 저 끝을 만드는 걸
입에 문 너트는 절대 떨어트리지 않아 다른 새로는 살지 않아 

길게 찢은 무화과빵을 입에 쑤셔넣을 때면 그리 외롭지 않았다
등 위에 선 눈들이 주눅 들지 않으면
이처럼 온전한 밤이 걸음걸음을 지켜주는 거라고
한 번을 뒤돌아보지 않아도 어떤 농담을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떨어진 잎들을 달이 숲 대신 물고 가는 밤
빈 빛은 눈꺼풀로 새어나오지 않고
집들은 대기를 빨아들이고 있다
밤이 잠시
멈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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