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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의 숲

by 김고미🐻 2018. 8. 18.

숲의 나무일까 알 수 있다면 더 다가갈 수 있을까 아니야 도망가야 해 멈춘 것의 속도를 알 수 있을 리 없지 달이 밝을수록 깊은 숲엔 그림자가 짙고 높은 곳에 오르지 않으면 숲은 볼 수 없으니

발이 떨어지지 않아 새벽에만 우는 잎의 이름은 무엇일까 평생 만나본 적 없는 이의 등본을 떼어보다 가고 싶지 않은 입구에 닿아버리는 것처럼 빛나지 않는 윤곽 가죽이 주어진 적이 없는 쇳물처럼 끝일지 시작일지 모를 나무들의 배치

어제는 숲의 숨구멍을 찾았다 손을 땅에 짚고 귀를 대었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갑작스런 온기에 숨이 멎은 듯 소음 하나 없이 벌레 숨소리마저 빨아들인 채 이곳은 너에게 어울리지 않다고 차마 떨어지지 않은 입을 쭉 내밀어왔네 

저 웅크린 몸에 손이 있을까 지나야만 갈 수 있는 곳은 자꾸만 죄를 기억하게 해 기억할만한 게 별로 없네 무거운 등이 다시 땅에 닿네 아무 곳에도 없던 슬픔이 기어오르네 안경을 닦자 그을음이 사그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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