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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시 1

by 김고미🐻 2018. 8. 18.

눈물이 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어제 내가 덮어 시큼한 이불에
폭 들어가 싸인 채
잠에 취한 얼굴
교재와 옷가지와
몸통보다 큰 가방을 풀어두고
밥을 먹으면 된다 레시피가 하나 늘어가면
소질 없던 일들이 용서가 된다 이미 지나보낸 시간을 맞는 것만 같다
한 점에서 거꿀린 뿔이 누군가에겐 우주가 될 것이다
참는 것이 대개 소용없었다 축 늘어진 팔이 아물러진다
달뜬 마음이 두 볼에 붙을 것처럼
보일러를 돌리자
아마 없었던 시간이 잊혀진다 마른 바닥에 아무것도 오르지 않는다 

결을 나누는 일에 말을 덧대다가 해낼 수 없다는 걸 알아버릴 때 그저
눈물이 난다는 건 잘 알면서도
말할 수 없는 건 알 수 없는 일이라 한다 볕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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