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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전한 시간 철물점에 갔다가 너트 대신 무화과빵을 사서 돌아오던 밤 이레 후 뜬 달의 부리는 짧았고 집으로 올라가야만 하는 길 나무들이 색을 지키고 섰다 무심코 알고 있다고 말할 때 몸피의 옅은 테두리가 보인다 별들은 모두 가질 수 있었지만 모든 것이 될 수는 없었다 팽창하는 법칙들 물병이나 사자일수도 천칭이거나 쌍둥이일수도 있었지만 실은 파편도 조각도 아닌 거라고 다만 피부일 거라고 평범하게 벌벌 떨며 그리는 거라고 달빛은 언제나 발바닥을 넘어가고 빛을 한 바닥 밟고 진흙 같은 춤을 춘다 어둠 속 갈매기는 날개를 가지고 항해하는 새 딱 한 번의 기지개로 우주는 저 끝을 만드는 걸 입에 문 너트는 절대 떨어트리지 않아 다른 새로는 살지 않아 길게 찢은 무화과빵을 입에 쑤셔넣을 때면 그리 외롭지 않았다 등 위에 선 눈.. 2018. 8. 18.
돈 세이 댓 코리도어 이스 낫 마이 워드 나의 시에 나의 단어가 없다는 것 어느 복도 한 끝에도 자기 방이 없다는 것 나를 나라고 쓰지 못한 모든 시들이 언젠가 자신에 의해 무너져 내리듯이 당신의 언어가 가본 적 없는 섬에서 흰 쌀밥을 짓듯이 복도의 닫힌 문들 사이에서 찾아낸 길이 나를 설명한다 혹은 내가 지나온 복도는 모든 닫힌 문들 사이에서 내가 걸어온 시간 항간에 떠도는 향으로 잠깐 바람개비가 돌아가듯 하나의 문을 여닫는 바람에 세상이 고요해진다 내가 끝내 나를 말해도 바람은 채워질 리 없고 친구가 연인이 동지가 죽음이 나를 만들어온 것을 알지만 그래서 때가 되면 떠날 것을 알지만 복도는 언제나 방이 아니었고 방이 없는 집에 복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금요일 복도 어느 한 끝에서 돌아오고 있는 매일 언젠가 그 복도가 나의 시였다고 누구에게.. 2018.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