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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결산 1 어떻게 쓰는지 한참 잊었고, 또 한참을 배워 어떻게든 써야 했다. 돌이켜보면 글은 궤적이었다. 싸이월드 다이어리 포도알 받던 시절이 있었고, 스물 즈음에는 평생 논문과 시를 쓸 것만 같았다. 어느 해 봄부터는 그런 것들은 전혀 쓰지 못했다. 그것이 정의이었든 죄책감이었든 대자보와 발제문, 기획안만 쓸 수 있었다. 한 해는 편지 외에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그다음에는 책을 썼고 뉴스레터를 썼다. 지금은 누군가의 메시지를 쓴다. 현황과 문제점을 담은 질의서를 쓰고 기자에게 조금이라도 눈에 띄려는 보도자료를 쓴다. 가끔은 법률안을 만들고 종종 기획안을 쓴다. 모두 다른 글이었다. 새로운 글쓰기를 배우는 시간은 글만으로는 결코 되지 않는다. 길거나 짧고 단촐하거나 섬세한 것의 차이라고 믿었던 때도 있었다. .. 2021. 1. 3.
기억해야 할 또 다른 역사, 베트남 전쟁 민간인 학살 ‘베트남 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었나 흔히 말하는 ‘베트남 전쟁’이란 1955년 11월 1일부터 1975년 4월 30일까지 사이에 벌어진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을 의미한다.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은 분단된 남북 베트남 사이의 내전이면서, 냉전 시대에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대립한 대리전이기도 했다. 응오딘지엠이 쿠데타로 통치하고 있던 남베트남 정권은 부정부패와 실정, 불교도와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탄압과 학살로 이미 지지를 잃고 있었다. 남베트남에서는 불안정한 정권을 잡으려는 군부의 쿠데타와 민중들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었다. 호찌민이 지도하는 북베트남은 남베트남 안에 민족해방전선을 꾸려 유격대(베트콩)를 조직하고 남베트남 민중들과 함께 통일과 해방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남베트남군과 남베트남.. 2019. 12. 11.
전진하는 페미니즘 낸시 프레이저의 2부: '정체성의 시대, 분배에서 인정으로'를 정리한 노트입니다. 2부에서는 초기 제2물결 페미니즘에서 ‘정체성의 정치’로 이동하던 당시의 지형도를 담고 있는데요. ‘인정’에 대한 요구가 핵심으로 부상하는 과정을 추적하며, 20세기 말의 해방적 비전이 위축되는 과정을 진단합니다. 상징계주의에 대한 반론: 페미니즘 정치를 위한 라캉주의의 용도와 남용 낸시 프레이저는 이 장에서 페미니스트 학자들이 자크 라캉의 상징질서이론을 페미니즘적 목적에 끌어오는 과정과 효과를 비판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왜 페미니스트들이 라캉에게서 비롯된 담론이론 해석과 줄리아 크리스테바에게서 비롯된 관계이론들에서 벗어나야하는지에 대한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 프레이저는 먼저 담론 이론에 대해 두 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 2019. 12. 11.
이 블로그에 대해 CONTACT ME bearnut97@gmail.com 블로그 창고 겸 수련장. 꾸준한 글쓰기 연습을 위해서 씁니다. 컨텐츠 일상의 잡문 습작 정치 뉴스 혹은 시사 비평 사회운동, 특히 디지털 시대의 사회운동에 관한 아이디어 그 외에 잡다한 리뷰 2019. 12. 9.
#가속하라: 가속주의자 정치를 위한 선언 #가속하라: 가속주의자 정치를 위한 선언 #ACCELERATE: Manifesto for an Accelerationist Politics 알렉스 윌리엄스, 닉 셔니섹 Alex Williams and Nick Srnicek 01. 서론: 당면한 사태에 관하여 1. 21세기의 두 번째 십 년을 시작하며, 지구 문명은 새로운 유형의 대격변을 맞고 있다. 다가오는 이 재앙들은 국민국가의 탄생, 자본주의의 발흥, 그리고 전례 없던 20세기의 전쟁들이 만들어낸 정치의 규범과 조직적 구조들을 비웃는다. 2. 가장 심각한 것은 지구 기후 체계의 붕괴다. 이는 머지않아 현재 세계 인구의 존속을 위협할 것이다. 기후 문제는 인류가 직면한 위험 중에서 가장 중대한 사안인 한편, 보다 덜 위협적이나 잠재적으로는 이처럼 불안.. 2019. 12. 9.
연시 1 눈물이 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어제 내가 덮어 시큼한 이불에 폭 들어가 싸인 채 잠에 취한 얼굴 교재와 옷가지와 몸통보다 큰 가방을 풀어두고 밥을 먹으면 된다 레시피가 하나 늘어가면 소질 없던 일들이 용서가 된다 이미 지나보낸 시간을 맞는 것만 같다 한 점에서 거꿀린 뿔이 누군가에겐 우주가 될 것이다 참는 것이 대개 소용없었다 축 늘어진 팔이 아물러진다 달뜬 마음이 두 볼에 붙을 것처럼 보일러를 돌리자 아마 없었던 시간이 잊혀진다 마른 바닥에 아무것도 오르지 않는다 결을 나누는 일에 말을 덧대다가 해낼 수 없다는 걸 알아버릴 때 그저 눈물이 난다는 건 잘 알면서도 말할 수 없는 건 알 수 없는 일이라 한다 볕이 밝다 2018. 8. 18.